국내 재래꿀벌(Apis cerana)의 도입 역사, 현황 및 발전 방안에 대한 고찰
초록
재래꿀벌은 2000년 전부터 한반도의 생태계는 물론 우리 민족의 사회, 문화에 큰 영향을 미쳐 왔으며, 현재에도 국내 양봉산업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중요한 종이다. 본 논문에서는 재래꿀벌의 최초 유입 시기인 삼국 시대 초기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의 재래꿀벌 역사적 발자취를 돌아보고, 그 현황과 발전 방향에 대해 알아보고자 하였다. 특히,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발생한 낭충봉아부패병(KSBV)에 의해 큰 손실을 입은 국내 재래꿀벌 농가의 재기와 재래꿀벌의 시장 가치 상승을 위해 어떤 노력이 기울여져야 하는지에 대해 질병 관리, 봉산물의 규격화, 밀원 단지 조성의 측면에서 고찰하였다.
Abstract
Apis cerana, the Asian honeybee, also known the Oriental honeybee, was introduced into the Korean peninsula 2,000 years ago. To this day, it has given massive affect to ecosystem, human culture, and the social system of the Korean peninsula. Recently, however, the Asian honeybee industry is undergoing immense scale shrinking from 2008 due to the Korean sacbrood virus (KSBV). In this paper, the history of Apis cerana is reviewed in the Korean peninsula, and also discussed the prospect of Apis cerana beekeeping, focusing on the establishment of honey plant continuity and the branding of local functional bee products.
Keywords:
Korean peninsula, Apis cerana, Apis mellifera, Honey plant, Korean sacbrood virus서 론
꿀벌은 고도의 사회성 집단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곤충으로, 꿀과 로얄제리, 프로폴리스 등과 같은 유용물질을 효율적으로 생산할 뿐 아니라, 식물의 수분 매개 활동 과정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위와 같은 특징들로 인해 꿀벌은 고대 이집트 시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오랜 시간을 인류의 생활과 함께해 왔다. 현재 세계적으로 8,100만 군이 사육되어, 연간 164만 톤의 꿀과 6만 5천 톤에 달하는 밀랍을 생산하고 있으며, 그 가치는 계속 높아지고 있다(FAOstat, 2016).
한편 국내 양봉 산업의 경우, 2012년 기준 연간 약 2만 7천톤의 산물을 생산하며, 산업 규모는 약 4,039억 원으로 추정된다(한, 2014). 국내 양봉산업에 이용되는 꿀벌은 양봉꿀벌(Apis mellifera)과 재래꿀벌(Apis cerana)의 두 종이 있으며, 그 중 재래꿀벌은 삼국시대인 기원전 37-19년경에 그 역사가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고, 20세기 초 국내 도입이 시작된 양봉꿀벌보다 훨씬긴 2,0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Jung, 2014).
동남아시아가 원산인 재래꿀벌은 양봉꿀벌에 비해 세력이 약하고 크기가 작으며, 꿀 생산성이 떨어지고 도봉이 잦다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공격성이 낮고 진드기나 각종 병에 대한 저항력이 좋으며, 관리 비용이 비교적 적어 인도, 태국, 베트남, 네팔 등 동남아시아 뿐 아니라, 우리나라를 포함한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지역에서도 넓게 사육되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 재래꿀벌에 의해 생산되는 토종꿀은 일반적으로 고정식 양봉형태로 1년에 꿀을 한 번 채밀하여 농도가 높고(이 등, 2010), 기운을 보충하고 면역력을 높이며, 피부염, 위염, 궤양 등 다양한 병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식품만이 아니라 건강 보조식품으로도 많이 이용되어 왔다(동의학사전 편찬위원회, 1989). 이 때문에, 국내의 재래꿀벌에 의해 생산되는 토종꿀은 양봉꿀벌에 의해 생산되는 일반 벌꿀과 차별화되어 있으며, 사양도구나 관리방법도 전통적인 형태에서 크게 변하지 않았다(Fig. 1). 서양종꿀벌과 같이 수십~수백군 규모의 집단 양봉장, 또는 계절별 밀원식물을 찾아 이동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사찰이나 농가 주변의 산자락 바위밑이나 퇴석지대에 1~2개, 또는 5~10개 내외의 전통적인 통나무 벌통, 또는 사각형 격자모양의 벌통을 봉군에 따라 층을 쌓는 개량벌통을 이용한 것이 대부분이다.
20세기 들어, 서양종꿀벌의 도입과 더불어 국내 재래꿀벌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급격히 감소하게 되었음에도, 건강보조식품으로서의 토종꿀에 대한 소비자의 선호도는 꾸준히 유지되어, 1990년대 이후 전국적으로 약 2만8천여 가구에서 30만군이 사양되었다. 그러나, 2008년 이후 국내 토종꿀 생산농가에 낭충봉아부패병(KSBV, Korea Sacbrood Virus)이 전국적으로 발생하여 재래꿀벌은 궤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었으며, 1994년 약 2만 8천여 가구에 이르던 토종꿀 생산농가가 현저히 줄어 4천 가구에도 이르지 못하는 상황이다(농림축산식품부, 2015). 그럼에도 불구하고 낭충봉아부패병은 아직 효과적인 해결 방법이 없어 피해는 계속되고 있으며(이 등, 2012), 약 75% 이상의 국내 봉군이 낭충봉아부패병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확인되었다(농촌진흥청, 2014).
본고에서는 국내 재래꿀벌의 역사와 사육 현황을 알아보고, 앞으로 재래꿀벌이 처한 문제의 해결과 발전 방향에 대해 고찰하였다.
국내 재래꿀벌의 역사
국내에 사양되는 재래꿀벌(Apis cerana)은 동남아시아가 원산지로 동양종꿀벌(Asian honeybee, Oriental honeybee) 또는 토종벌이라고도 하며, 양봉꿀벌(Apis mellifera)과 함께 현재 국내에 전국적으로 폭넓게 분포한다. 재래꿀벌이 한반도에 처음 들어온 시기는 약 2,000년 전 고구려 건국 초기인 기원전 37년에서 19년 사이이며, 이후 백제와 신라 등 주변 국가로 전파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Jung, 2014). 일부 꿀벌의 사양과 꿀 생산이 그 이전부터 있었고, 위의 시기는 재래꿀벌의 본격적인 사양이 시작된 때라고 보는 주장도 있는데(류, 1995), 아직 이를 뒷받침할 문헌이나 유물이 발견되지 않아 정설로 받아들여지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한편, 삼국시대에는 꿀이 주로 약용이나 조미료 등으로 쓰였고, 꿀에 대한 수요가 커지기 시작했다고 한다(조선의 민족전통 편찬위원회, 1994).
7세기 이후 한반도는 고구려, 백제, 신라의 삼국이 통일 신라로 통일되었다. 삼국사기 제 8권 신라본기에, 신문왕이 김흠운의 딸과의 혼사에서 예물 중 하나로 꿀을 보낸 부분이 있는데, 이것은 꿀이 귀족이나 왕가 사이에서 예물이나 선물 등으로 이용된 것을 알 수 있게 해 준다(박 등, 2014). 또한, 고구려 유민이 주축이 되어 세운 나라인 발해에서도 꿀이 생산되었는데, 속일본기 권 13 성부기와 삼대실록 권 21 청화기의 기록에서 739년과 872년 2번에 걸쳐 일본에 꿀을 보낸 것이 언급된 부분에서 이를 알 수 있다(조선의 민족전통 편찬위원회, 1994). 이를 통해 이 시기 한반도에서 꿀의 비축과 생산이 적지 않음을 알 수 있지만, 왕과 귀족, 또는 국가와 국가 간의 관계를 기록한 부분을 위주로 꿀이 언급되는 것으로 보아 10세기 전까지의 꿀 생산량은 서민층에게까지 꿀과 관련 문화가 전파될 수 있을 정도로 많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고, 가치가 높은 식재료, 또는 약재로 이용되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고려 시대에 이르러서도 양봉 기술은 크게 발달하지 않았으나, 보다 많은 지역에서 널리 사양되었고, 벌통을 더 효율적으로 관리하면서 꿀의 생산량이 비약적으로 늘었다(조선의 민족전통 편찬위원회, 1994). 생산량이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꿀의 가치는 여전히 높게 평가되었는데, 2010년 충남 태안의 마도 해저에서 발견된 공물 운반선 마도 2호에서 발견된 꿀이 높은 가치를 지닌 청자매병에 담겼던 것에서 이를 알 수 있다(고, 2014).
세종과 태종 시기에 쓰여진 조선왕조실록을 보면, 조선 왕조 때에는 고려 시대부터 있었던 꿀의 진상과 더불어 관가용 벌통이 도입되어 충분한 꿀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박 등, 2014). 조선 왕조에 들어서는 양봉 기술이 더욱 발전되고 꿀의 가치가 이전보다 다소 내려간 것으로 생각되는데, 이는 2월 초하루, 농사일이 시작되기 전 노비에게 꿀을 바른 떡이 지급되기도 했다는 기록에서 확인할 수 있다(정 편집, 2009). 19세기 후반에 이르러서는 꿀 이외에도 엿의 생산과 유통이 늘고 홈링거 상회와 같은 외국계 설탕회사에서 사탕을 판매하기 시작하는 등 단 맛을 얻을 수 있는 음식이 늘어나게 되었다(한식재단, 2014). 이와 같은 변화는 꿀의 희소성과 경쟁력을 이전에 비해 크게 떨어뜨렸을 것으로 생각된다.
국내 양봉 산업의 발전은 1910년대 이후로 큰 전환점을 맞게 되는데, 구걸겐(C. Kügelgen) 및 독일인 선교사들이 국내에 도입한 양봉꿀벌(A. mellifera)를 이용한 서양식 양봉업이 그것이다. 그가 저술한 양봉요지에서는 현대식 양봉기구 및 채밀법을 비롯한 양봉기술을 소개하였고, 이를 계기로 한반도에 근대 양봉이 시작되는 계기가 되었다(Jung, 2014). 또한, 1910년대에 이르러서는 양봉업 실태를 알린 양봉조사, 양봉지침서인 실험양봉 등의 서적들이 나와 양봉업자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다. 국내에 사양되는 총 봉군 수는 7만여 군에서 13만여 군으로 크게 늘었는데, 이때까지는 재래꿀벌이 대부분으로 80%를 유지하는 상태였다(Fig. 2). 그 후, 6.25전쟁을 겪으면서 국내 봉군이 다수 유실되었다.
정과 조(Jung and Cho, 2015)는 봉군 수를 기준으로 하여 국내 양봉의 역사를 4단계로 나누었는데, 총 봉군 수가 20만 군을 넘지 않는 1950년대 이전(제1기), 50만군을 넘지 않은 1977년 이전(제2기), 그리고 200만군까지 급격한 성장을 보이며, 특히 양봉꿀벌의 급증이 돋보이는 2005년까지(제3기)와 양봉꿀벌의 우세와 재래꿀벌의 쇠퇴가 진행되는 2010년대(제4기)로 구분하였다(Fig. 2). 한편, 국내 꿀생산량은 2기 후반부터 확연히 증가하기 시작해, 2000년대 들어 2만 톤을 넘어서는 급격한 성장을 보였다(Table 1).
재래꿀벌의 봉군 수도 70년대 후반부터는 꾸준한 증가세를 유지했으나, 2기 말에 접어들면서 양봉꿀벌의 사육 군수가 급증하여 1960년대에 이르러서는 재래꿀벌의 봉군 수를 추월하게 되었고(Cho and Lee, 2015), 이 차이는 점점 벌어져 2000년대부터는 양봉꿀벌이 국내 양봉산업의 80%이상을 점유하게 되었다(Fig. 2).
국내 봉산물 생산 현황
2012년을 기준으로 한 국내 전체 봉산물 생산 현황은 아래 표와 같다(Table 2). 최근 들어서 양봉산업은 봉산물 외의 부분, 특히 농작물 화분매개의 경제적 가치가 높이 평가되고 있다. 2010년 기준, 국내 꿀벌의 농작물 화분매개 가치는 6조 7천억에 달하며(황과 김, 2013), 특히 딸기 등의 동계 시설채소 재배를 위한 화분 매개에서 절대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윤 등, 2008).
재래꿀벌은 2012년 현재 149,172군이 사양되고 있어 전체 사양 봉군수 1,795,197군과 비교했을 때 약 8.3% 정도이며(농림축산식품부, 2015), 생산량은 전체 26,927톤 중 1.1%인 298톤에 불과하다(Table 1). 사육 농가도 양봉에 비해 5분의 1 정도로 적고(농촌진흥청, 2014), 그 차이는 2010년을 전후해서 점점 벌어지고 있다(Figs. 2, 3). 위와 같은 통계치는 재래꿀벌이 유밀기에 꿀을 모으는 능력이 서양종에 비해 떨어질 뿐 아니라, 2008년부터 시작된 낭충봉아부패병이 직접적인 영향을 준 결과이다.
서양종꿀벌에 비해 재래꿀벌을 이용한 생산물은 거의 대부분이 꿀생산에 집중되어 있다. 프로폴리스의 생산이 이루어지기는 하나, 재래종은 프로폴리스를 필요량 이상으로 생산하지 않는 경향이 있어 다량 채취는 힘든 편이다. 한편 재래꿀벌에 의해 생산되는 꿀은 고정식 양봉이 주가 되는 특성상 잡화꿀 형태로 생산 판매되는데, 석청이나 목청 등 자연 채취된 꿀은 상당한 고가에 거래되기도 한다(박등, 2014).
국내 재래꿀벌의 사양특성과 주요 밀원 이용 현황
국내 재래꿀벌의 사양에서는 특정 밀원을 선택적으로 모으거나 필요에 따라 장소를 옮기는 이동식 양봉이 아닌, 정해진 지역에서 자생하는 밀원식물에 의존하는 고정식 양봉을 통한 잡화꿀이 대부분이다. 또한, 이렇게 모아진 꿀은 일반적으로 월동 전 한번 채취하게 되는데, 그 때문에 수분 함량이 적고 숙성되어 있는 특징이 있다(박 등, 2014). 한편, 벌통의 재료는 전통적으로 피나무, 버드나무 등의 속을 깎아 만든 재래식 벌통이 많이 이용되었으나, 현재는 재래꿀벌의 특성에 맞게 개량되어, 봉세에 따라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고 벌집꿀을 수확할 수 있는 사각형 벌통이 주를 이룬다(Fig. 4).
강원, 충북지역 농가를 방문하여 재래꿀벌의 밀원식물에 대한 지역별 선호성을 조사한 결과, 돌배나무, 피나무, 아카시아, 엄나무, 싸리, 밤나무 등이 주요 밀원으로 꼽혔으며, 그 중 강원 인제군의 경우 피나무가 가장 선호되는 재래꿀벌의 밀원식물로 파악되었다. 현지 농가에서 추천된 밀원식물을 바탕으로 인제군 관내 시기별로 밀원식물의 연속성을 요약하면 Fig. 5와 같다. 한편, 화분원으로는 참나무류(신갈나무, 졸참나무, 상수리나무), 팥배나무, 다래 등으로, 그 중 다래가 가장 선호되었다. 그 외 벚꽃, 산마늘, 머루, 감국 등이 계절별 보조 밀원으로 이용 되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이상의 밀원식물을 바탕으로, 강원 산간지역(인제군) 재래꿀벌의 꿀 생산성 제고를 위해 추가 밀원식물 군락을 조성할 경우 추천되는 종으로는 돌배나무, 산사나무, 마가목, 참피나무, 달피나무, 엄나무, 붉나무 등이 높이 평가되었다. 특히 피나무류(Tilia spp.)는 중북부 산간지역에 자연 서식하는 군락이 좋고 개화기가 여름철 타 밀원식물이 없는 계절에 장기간 지속되어 고정식 재래꿀벌 사양에 가장 적합하며, 돌배나무, 산돌배나무, 산사나무, 마가목, 산마늘(명이나물) 등도 열매 또는 잎이 식용/약용/과일주 재료로도 가치가 있어 양봉인 뿐 아니라 산주의 입장에서도 선호되는 밀원식물로 평가된다.
고 찰
재래꿀벌의 유전적 다양성 확보 및 강군 육성
최근 국내 재래꿀벌의 집단붕괴 현상은 국내 사양되는 재래꿀벌의 유전적인 다양성이 좁아, 병원성이 높은 낭충봉아부패병의 감염에 치명적인 피해를 입게 된 것으로 사료된다. 현장의 재래꿀벌 사양농가에 따르면 봉군 수가 일정 수준 이상 회복되더라도 병이 재발하여 2차 피해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단순히 봉군 수를 늘리는 것이 아닌 병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면역력이 높은 강군의 육성이 이루어져야 장기적인 해결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낭충봉아부패병으로 인한 피해가 확인된 이후, 국내 관련 연구기관 및 학계의 연구진에 의해 전염 방지 및 치료제 개발 등을 위한 다양한 노력이 있어 왔다. 그 결과, 단백질 서열을 이용한 낭충봉아부패병의 탐지법(Nguyen et al., 2010)이나, Polyprotein을 이용한 질병 분류(이 등, 2013), PCR, RT-PCR과 염기서열 분석을 통한 질병의 진단법(이등, 2012; 김등, 2008; Choi et al., 2010) 등으로 빠르게 질병을 진단하고 예방할 수 있는 기반을 쌓을 수 있게 되었다. 최근에는 이산화염소를 이용한 치료제 및 소독기의 봉군 치료 효과가 국내 연구기관에 의해 밝혀지는 등(조 등, 2014) 의미 있는 성과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 근본적인 질병의 해결책이나, 집단 복원을 위한 방안이 농가 현장의 요구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지금 겪고 있는 낭충봉아부패병(KSBV)에 의한 국내 재래꿀벌의 집단 폐사 및 밀원식물 부족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 보다 장기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먼저 질병에 강한 재래꿀벌의 육종을 위해서는 유전적 다양성 확보가 무엇보다도 시급하다. 이를 위해서는 국내 사양되고 있는 재래꿀벌의 유전적 다양성 평가는 물론, 일부 야생군집으로 정착해 있는 재래꿀벌의 현황을 파악하고 그 중 질병에 강한 우수계통을 선발 증식하고, 인접 국가의 재래꿀벌 계통과의 비교를 통한 우수 계통의 도입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한다. 국내 재래꿀벌의 봉군이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과 예산이 들겠지만, 꿀벌이 인간과 자연에 미치는 다원적인 역할과 경제적 가치를 감안하면, 국가차원의 조사, 연구지원은 물론, 장기적이고 꾸준한 관심이 절실히 요구된다.
과거 유사한 피해를 겪은 외국의 경험에서 해결 방안을 찾을 수도 있다. 2006년부터 시작된 미국 서양종꿀벌(A. mellifera)의 꿀벌집단붕괴현상(Colony Collapse Disorder, CCD)은, 미국 내 전체 봉군이 240만 군 이하로 줄어 농작물 화분매개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하였다. 당시 미국 농무부의 조사 자료에 따르면, 국내 재래꿀벌의 경우와 같이 단기간 내 급격한 감소는 일어나지 않았다(Fig. 6). 그럼에도 관계 당국은 꿀벌이 미국 농업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다고 평가하고, 정부 차원의 특별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원인규명 및 대책을 위한 연구팀의 구성 및 예산지원을 하였다. 그 결과, 2010년을 기점으로 봉군수가 많이 회복되었다(Fig. 6). 한편, 낭충봉아부패병에 의한 재래꿀벌(A. cerana)의 집단붕괴현상도 우리나라가 처음이 아니며, 태국, 베트남, 중국 등에서도 유사한 피해가 발생한 적이 있다. 태국의 경우 1980년 중반 낭충봉아부패병(TSBV)에 의해 90%의 봉군이 폐사했으나, 인공감염 등의 방법으로 저항성 계통을 선발하여, 벌꿀 생산성이 높은 봉군을 육성한 예가 있다(최등, 2013).
재래꿀벌의 생산물에 대한 통일된 인증 기준 정립 및 특성화
국내에서 토종꿀은 전통적으로 건강보조식품으로서 높은 평가를 받아왔으며, 지금도 제한된 생산량으로 인한 희소성과 소비자의 기호성으로 그 가치가 유지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양봉꿀벌의 사양기술에 비해 재래꿀벌의 현황은, 상대적인 품질의 균일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오와 박, 2002). 낭충봉아부패병에 의해 봉군 수가 감소하면서 생산량이 현격히 줄고 시장 공급량도 이전보다 적은 현 시점에서, 우수성과 특수성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재래꿀벌의 인지도 하락과 더불어, 재래꿀벌 산물의 전체 시장 가치 감소는 회복되기 어렵다.
지역별 밀원수 확보를 통한 생산성 제고
국내 재래꿀벌은 대부분 고정식으로, 주변의 밀원환경이 중요하며, 이에 따라 벌꿀의 질과 양에 차이가 생길수밖에없다. 우리나라는 현재 면적대비 꿀벌의 상대 밀도가 높아 대부분의 국내 양봉인들은 밀원 식물 부족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꼽고 있다. 이는 재래꿀벌과 서양종꿀벌을 이용한 양봉산업 모두에 해당된다. 또한 최근의 불규칙한 기온 변화, 병충해 및 고령화에 의해 1990년대에 30만 ha를 상회하던 국내 주요 밀원 아까시나무의 식재 면적이 2009년에는 그 1/4 수준인 8만 ha로 크게 줄었는데(Jung and Cho, 2015), 이의 복원과 더불어 대체할 수 있는 밀원수의 확보가 절실하다. 이와 더불어, 개화기가 긴 아까시나무의 육종 및 증식은 물론, 피나무류(Tilia spp.), 돌배나무, 헛개나무, 마가목, 쪽동백나무, 엄나무 등 지역 적응력이 뛰어나고, 계절별 개화가 연속되며, 화밀의 양과 질이 높은 밀원수의 개발 및 군락지 조성이 절실하다.
Acknowledgments
본 결과물은 농림축산식품부의 재원으로 농림수산식품기술기획평가원의 농생명산업기술개발사업(No. 314009-3)의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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