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지털 농업 체계로 전환을 위한 꿀벌 육종 전략
Abstract
As the paradigm of modern agriculture shifts from production-oriented industrial systems to sustainable and data-driven digital models, the beekeeping industry faces a critical turning point. This study proposes a comprehensive honey bee breeding strategy to facilitate the transition to digital agriculture, addressing the multifaceted crises of climate change, emerging pathogens, and structural economic vulnerabilities in the South Korean beekeeping sector. Currently, the domestic industry is characterized by an excessive reliance on honey production (86.8% of total output) and significant colony losses due to abnormal weather patterns, necessitating a move toward more resilient and diversified genetic resources. This research redefines the role of honey bees as intelligent pollination service providers within the digital agriculture framework. It systematizes the integration of precision beekeeping technologies, such as IoT-based environmental monitoring and AI-driven behavioral analysis, into the breeding process. The core of the proposed strategy is the transition to Digital Breeding which synergizes genomic information (Genomics) with high-throughput digital phenotyping (Phenomics). By utilizing smart hives to collect real-time data on internal hive temperature, humidity, and foraging activity, breeders can evaluate digital phenotypes with unprecedented objectivity and precision. Furthermore, this study highlights the application of Genomic Selection models and AI algorithms to predict complex traits-including Varroa Sensitive Hygiene and climate adaptability-at early developmental stages. This approach is expected to significantly shorten breeding cycles and enhance selection accuracy. Finally, the paper emphasizes the necessity of establishing a national-level data governance and a Honey Bee Digital Breeding Platform to foster open innovation. In conclusion, the paradigm shift toward digital breeding is an essential strategy to secure robust genetic resources and reposition beekeeping as a high-value-added, technology-intensive sector in the era of digital transformation.
Keywords:
Honeybee breed, Digital breeding, Strategy서 론
꿀벌의 중요성은 지구 생태계 전반에 걸쳐 강조되어 왔으며, 다양한 분야에서 그 역할과 가치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수행되어 왔다. 꿀벌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자연 생태계 기반인 식물에 대한 화분매개이다 (Jung, 2008). 지구상 현화식물은 약 352,000종 이상이며 이 중 절반 이상이 화분매개를 통해 번식을 이어 나간다 (Ollerton et al., 2011). 약 1,500종의 농업 작물 중 30%가 꿀벌 또는 기타 곤충에 의한 화분매개를 필요로 한다 (Buchmann and Nabhan, 1996). 화분매개로부터 파생되는 산업적 분야는 매우 다양하며, 그중 가장 직접적인 산업이 양봉이다. 양봉 산업은 산물 생산과 이를 활용한 식품, 화장품, 의학 등 많은 분야에 활용되고 있다 (RDA, 2010). 그러나 국내 양봉 산업은 최근 다양한 원인에 의해 지속적인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2000년대 초반 아까시나무 황화현상 (NIFS, 2006; Lee et al., 2009), 2008년 토종벌 (Apis cerana)의 낭충봉아부패병 대규모 발생 (Choi et al., 2020), 2021년 서양종 꿀벌 (A. mellifera)의 월동 폐사 (Son et al., 2024), 기후변화와 이상기상 (Lee et al., 2022), 값싼 수입 벌꿀 유입 등이 대표적인 위기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러한 위기는 양봉 산업 위축, 양봉 농가의 수입 감소로 이어지며, 농산물 생산 감소로 확대된다. 우리나라 양봉 산업 현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사육 농가수는 2000년대 초반에는 4만 농가이며, 2010년대는 2만 농가를 유지하고 있으며, 2019년 2.9만 명으로 증가하다 2023년 약 2.6만 명으로 감소 하였다 (MAFRA, 2024b). 사육 봉군수는 2000년대 초반 약 2백만 봉군을 유지하다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2016년 이후 증가하다 2019년 2.7백만 봉군을 보였으며 이후 감소하여 2023년에는 2.5백만 봉군을 유지하고 있다 (MAFRA, 2024b). 농가수와 사육 봉군수의 증가와 감소는 위기 요인과 관련성이 높을 것으로 보이나 통계적 유의성을 찾기는 어렵다. 산업 규모는 전·후방 산업 포함하여 최소 1조 2,344억 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RDA, 2021b). 양봉산물은 총 8.3천억 원이며, 벌꿀이 7천억 원으로 85%를 차지하며, 로열젤리, 밀납, 프로폴리스 등은 910억 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RDA, 2021b). KREI (2019)는 양봉산물 총 생산액은 약 5.5천억 원이며 벌꿀은 약 3.7천억 원으로 67%를 차지하고 있다. 즉, 우리나라 양봉 산업은 벌꿀 생산에 크게 의존하는 구조로 형성되어 있으며, 유밀기 동안의 꿀벌 봉군 수와 건강 상태는 벌꿀 생산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나아가 산업 규모를 결정하는 주요 요인이라 할 수 있다.
최근 농업의 패러다임은 산업 중심의 생산 위주 체계에서 지속 가능한 농업 체계로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전통적인 산업농업은 수확량의 극대화를 목표로 화학비료, 농약 사용 및 기계화에 크게 의존해 왔으나, 이러한 방식은 토양 건강 저하, 생물다양성 감소, 탄소 배출 증가 등의 문제를 초래해 왔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환경 보전과 생태 순환을 중시하는 농업 방식으로의 전환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유기농업, 재생농업, 보전농업은 이러한 전환을 대표하는 대안적 농업 모델로 제시되고 있으며 (Jang, 2021; Kim et al., 2023), 단일 재배가 지닌 생태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혼합 재배, 윤작, 혼농임업 등 다양한 다종 혼합 재배 방식이 도입되고 있다 (Lee and Park, 2022). 더불어, 농업 현장에서도 경험 중심의 관리 방식에서 벗어나 데이터 기반의 정밀농업 및 스마트 농업으로의 전환이 활발히 진행 중이다. 이와 같은 농업 기술의 발전은 센서, 위성 정보, 인공지능 등을 활용하여 보다 정밀하고 예측 가능한 농업 관리를 가능하게 하며, 이러한 다양한 기술적 접근을 포괄하는 개념이 바로 디지털 농업이다 (Xu et al., 2024).
최근 농업 환경의 급격한 변화 속에서 꿀벌은 생태계 서비스의 핵심 제공자이자 주요한 농업 보조 생물로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양봉 산업은 기후변화, 병해충 발생 증가, 밀원식물 감소, 수입 꿀 유입 등 여러 복합적인 요인으로 인해 지속적인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이러한 요인들은 꿀벌의 생존뿐만 아니라 양봉 산업의 지속 가능성에도 심각한 위협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본 연구는 지속 가능하고 데이터 기반의 미래 농업 체계 속에서 국내 양봉 산업의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구체적으로는 스마트 농업 환경에서 꿀벌의 적용 범위와 활용 가능성을 고찰하고, 디지털 농업 체계에서 양봉 및 꿀벌 육종의 방향성과 기술적 적용 가능성을 분석하였다. 궁극적으로는 다양한 위기 속에서 지속 가능한 양봉 산업의 구축과 디지털 농업으로의 전환을 위한 전략을 제안하고자 한다.
농업 패러다임 변화와 디지털 농업
1. 산업 중심 농업의 한계
산업 중심 농업은 농업을 생물학적 순환 체계가 아닌, 투입과 산출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제조 공정’의 관점에서 접근한다 (Matson et al., 1997). 이러한 체계는 화학비료와 농약의 대량 투입, 그리고 기계화를 통한 단일 재배를 통해 비약적인 생산성 향상을 이루었으나, 역설적으로 농업 생태계의 핵심 지표인 화분매개 곤충의 다양성을 급격히 감소시키는 생태적 대가를 치르게 되었다 (Tilman et al., 2002; Gliessman, 2014). 이러한 체계의 핵심적 특성과 그로 인한 한계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외부 투입재 중심의 생산 구조 (Input-driven System)이다. 산업 농업은 지력의 자연적 회복보다는 외부에서 투입되는 화학비료와 합성농약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화학비료의 과다 투입은 토양의 물리·화학적 성질을 악화시킴에도 불구하고 단기적인 수확량 증대를 위해 강행되며, 대규모 재배 환경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병해충을 제어하기 위해 강력한 화학 약품인 합성농약이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Tilman et al., 2002). 또한, 대형 트랙터와 콤바인 등 기계화 체계를 유지하기 위해 막대한 양의 화석연료 에너지가 소비되는 구조를 지닌다.
둘째, 단일 재배와 형질 표준화이다.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 위해 광활한 경작지에 특정 단일 작물을 재배하며, 기계 수확의 편의성을 위해 작물의 키, 수확 시기, 외형 등을 인위적으로 표준화한다. 이러한 종의 단순화는 농업 생산의 효율성을 높여주었으나, 유전적 다양성을 급격히 감소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Gliessman, 2014). 이는 본 연구의 핵심 대상인 꿀벌의 측면에서 볼 때, 단일 밀원 식물에 의한 영양 불균형을 야기하고 유전적 취약성을 심화시키는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
셋째, 생태적 가치보다 경제적 수익을 우선시하는 가치 체계이다. 전통 농업이 자연과의 공존 및 공동체 유지를 지향했다면, 산업 농업은 시장 판매를 통한 이익 극대화를 최우선 목표로 설정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토양 오염, 지하수 고갈, 그리고 꿀벌을 포함한 화분매개 곤충의 소멸은 경제적 가치 산정 체계에서 누락되는 외부 불경제 문제를 발생시킨다 (Pimbert, 1999). 이러한 환경적 비용의 외면은 결국 농업 생태계의 회복탄력성을 붕괴시켜, 역설적으로 산업 농업의 지속 가능성 자체를 위협하는 부메랑이 되고 있다.
한국 농업의 현대사는 전근대적 자급 체계에서 산업적 생산 체계로의 급격히 이행되었으며, 이는 크게 한국 전쟁을 기점으로 구조적 단절을 경험하게 된다.
첫째, 1950년대 이전의 전통 농업기는 조선 후기부터 고착화된 지주-소작 중심의 봉건적 토지 소유 구조가 지배적이었다. 당시 자작농 비중은 전체 농가의 20% 미만에 불과하였으며, 대다수 농민은 생산물의 약 50%를 지대로 납부하는 고율 지대 구조 속에서 극심한 경제적 빈곤과 사회적 불안정에 노출되었다 (Kang, 1984). 기술적 측면에서는 인력과 가축에 의존하는 노동집약적 구조였으며, 목재나 철제로 된 쟁기, 호미, 낫 등이 주요 농기구였다. 비료 체계 또한 인분과 퇴비 등 유기 자원의 순환에 의존하였고, 쌀과 잡곡 (보리, 조, 기장 등) 중심의 가내 소비를 위한 자급자족적 작물 재배가 이루어졌다 (Lee, 2001). 비록 생산성은 낮았으나, 화학적 투입재 (비료, 농약)의 부재로 인해 농업 생태계 내 생물다양성이 자연적으로 유지되던 시기였다.
둘째, 한국전쟁 이후의 산업 농업 전환기는 전쟁 피해 복구와 국가 주도의 경제 개발이 맞물리며 전개되었다. 특히 1962년 제2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기점으로 농업은 국가 산업화를 위한 자본 공급원 및 식량 안보의 핵심 가치로 인식되며 정부 주도의 구조로 변화하였다. 1970년대 전개된 녹색혁명과 새마을운동은 한국 농업의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았다. 화학비료의 대량 투입, 다수확 품종의 보급, 농기계 도입을 통한 기계화는 식량 자급률 달성이라는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었으나, 동시에 농업 시스템을 외부 투입재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산업 중심 모델로 고착시켰다 (Kim et al., 2012).
셋째, 산업 농업의 고착화와 생태적 딜레마이다. 대량 생산과 효율성을 지향하는 산업 중심 농업 체계가 정착함에 따라 농업 생태계의 다양성은 급격히 감소하였다. 단일 재배의 확산과 화학적 방제 체계는 해충뿐만 아니라 꿀벌을 포함한 유익한 화분매개 곤충의 서식지를 파괴하고 개체군 감소를 야기했다. 결국, 농산물 생산성 향상과 생태적 다양성 보존 사이의 불균형이 심화되었으며, 이러한 생태적 부채는 오늘날 양봉 산업이 겪고 있는 꿀벌 실종 사태와 같은 구조적 위기의 근원적 배경이 되었다 (RDA, 2021b).
결과적으로 국내외를 막론하고 추진된 산업 중심 농업은 생산 효율성은 확보하였으나 생태적 지속 가능성은 상실하는 딜레마에 이르게 되었다. 현재의 농업 시스템은 외부 투입재 (농약, 비료 등)를 지속적으로 늘리지 않으면 현 수준의 수확량을 유지하기 어려운 구조적 취약성을 안고 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최근 농업은 단순 수확량 증대에서 시스템의 최적화를 목표로 하는 디지털 및 지속 가능 농업 체계로의 급격한 전환을 요구받고 있다.
2. 지속 가능한 농업의 대두
산업 중심 농업이 초래한 토양 황폐화, 생물다양성 감소,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농업 패러다임은 지속 가능성과 회복탄력성을 최우선 가치로 하는 체계로 급격히 전환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단순히 화학 투입재를 줄이는 것을 넘어, 농업 생태계 내의 자연적 물질 순환을 복원하는 유기농업, 재생농업, 보전농업의 확산으로 구체화하고 있다.
유기농업은 합성농약과 화학비료의 사용을 배제하고 유기물과 미생물 등 자연적 자원을 활용하는 농법이다. 이는 작물의 안전성 확보를 넘어 농경지 주변의 생태적 건전성을 회복하는 데 주된 목적이 있다. 꿀벌의 관점에서 유기농업의 확산은 신경독성 농약 (Neonicotinoids) 등에 의한 개체 폐사 위험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물리적 보호막 역할을 한다. 또한 유기농경지 주변에 조성되는 녹지 및 잡초 군락은 꿀벌에게 풍부하고 다양한 밀원을 제공하여 봉군의 면역력을 증진하는 데 기여한다 (Gliessman, 2014).
최근 기후 위기 대응 모델로 주목받는 재생농업은 토양 건강의 회복과 탄소 격리에 집중한다. 무경운, 재배, 피복 작물 식재, 퇴비 활용 등을 통해 토양 유기물을 증가시키는 것이 핵심이다. 재생농업 체계에서 활용되는 헤어리베치, 호밀, 자운영 등의 피복 작물은 토양 유기물 공급원인 동시에 꿀벌에게는 아까시나무 개화 전후의 중요한 보조 밀원식물이 된다. 이는 단일 재배가 초래한 꿀벌의 영양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고 생태계 내 화분매개 서비스의 안정성을 높이는 전략적 도구가 된다 (Rhodes, 2017).
보전농업은 토양 교란 최소화, 영구적 토양 피복, 작물 윤작이라는 세 가지 원칙을 고수한다. 이는 토양 침식을 방지하고 생물다양성을 극대화하는 농법으로, 농경지를 하나의 거대한 생태 네트워크로 관리한다. 이러한 방식은 야생벌의 서식처를 보호할 뿐만 아니라, 꿀벌의 활동 반경 내에서 단절되지 않는 생태 통로를 제공한다. 보전농업의 확산은 꿀벌이 특정 작물에만 의존하지 않고 연중 안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줌으로써 화분매개 의존도가 높은 작물의 생산성을 뒷받침한다 (Hobbs et al., 2008).
유기농업, 재생농업, 보전농업은 각각 방법론적 차이는 있으나, 공통적으로 ‘생태계 서비스 기능의 복원’을 지향한다. 특히 꿀벌은 이러한 지속 가능한 농업 모델의 성공 여부를 측정할 수 있는 가장 민감한 생물학적 지표이다. 꿀벌이 건강하게 활동할 수 있는 농업 환경은 곧 작물의 수정률 향상과 생산성 안정으로 이어지며, 이는 디지털 농업 체계에서 수집되어야 할 가장 핵심적인 생태 데이터의 원천이 된다.
3. 정밀농업 (Precision Agriculture)과 스마트 농업의 발전
정밀농업은 농업 작물 재배에 영향을 미치는 다각적인 요인 정보를 수집·분석하여, 불필요한 농자재 투입과 노동력을 최소화하고 생산 관리의 효율성을 최적화하는 농법을 의미한다 (Robert, 2002). 이는 궁극적으로 생산성 향상, 비용 절감, 환경 보호, 그리고 노동력 대체라는 다차원적 가치를 지향한다.
정밀농업의 학술적 기원은 1980년대 중반, 최적 시기, 최적 지역, 최적 생산 방식을 동시에 고려한 농업 생산 시스템 연구에서 탄생하였다 (RDA, 2012). 명칭은, 1997년 6월 미네소타 대학교에서 개최된 국제농업회의를 통해 ‘정밀농업’으로 통일되었으며, 그전까지는 Site-specific crop management, Environmentally-friendly farming, Farming by soil 등의 용어가 혼용되었다 (NRC, 1997). 특히 2000년 전후 GPS (Global Positioning System)의 민간 개방은 수확량 모니터링 및 지리 정보 기반 기술의 보급을 가속화하여 정밀농업 확산의 결정적 기술이었다 (Auernhammer, 2001).
정밀농업의 단계는 ‘예찰 (Monitoring) - 처방 (Prescription) - 농작업 (Operation) - 결과 분석 (Analysis)’의 4단계의 기술적 구조를 가진다 (Stafford, 2000).
예찰 (Monitoring)은 센싱 기술을 통해 외부 환경 및 작물 데이터를 수집하는 단계이다. 주요 기술로는 농경지·작물·농기계 센싱, 무선 데이터 송수신 (Telematics), 사물인터 넷 (IoT) 기술 등이 활용된다 (NITIPA, 2018). 처방 (Prescription)은 수집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내리는 단계이다. 인공지능과 알고리즘 분석을 통해 저투입·고효율 농업을 위한 최적의 처방 지도를 생성한다. 농작업 (Agricultural Operation)은 생성된 처방을 현장에서 수행하는 단계로, 자율주행 트랙터, 정밀 파종기, 변량 살포기 등 자동화된 농기계가 투입된다. 결과 분석 (Result Analysis)은 생산량, 작업 효율성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차기 영농 계획에 피드백하는 단계이다.
우리나라 정밀농업은 1990년대 후반 학계를 중심으로 이론적 논의가 시작되었으며, 2000년대 이후 정부 주도의 ICT 융복합 사업을 통해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다. 국내 정밀농업의 발전 단계와 특징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첫째, 도입 및 기반 구축기 (1990년대 말~2010년대 초)이다. 초기에는 국외의 정밀농업 개념을 국내 경작 환경 (소규모 필지, 벼 농사 중심)에 적용하기 위한 기초 연구가 수행되었다. 특히 농촌진흥청을 중심으로 GPS 기반의 수확량 모니터링 시스템과 가변시비 기술에 대한 한국형 모델 개발이 추진되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센서 가격의 고가 형성과 데이터 통신 인프라의 미비로 인해 현장 확산에는 한계가 있었다 (RDA, 2012). 둘째, 스마트팜 중심의 도약기 (2014년~현재)이다. 한국형 정밀농업의 가장 큰 특징은 노지 농업보다 시설작물과 축산 분야에서 ‘스마트 팜’이라는 명칭으로 선제적 발전을 이루었다는 점이다. 정부는 스마트팜 확산 방안 (JGD, 2018)을 통해 데이터 기반의 정밀 생육 관리 체계를 구축하였으며, 이를 통해 단순한 자동화를 넘어 AI가 최적의 생육 환경을 처방하는 ‘2세대 스마트팜’ 단계로 진입하였다 (MAFRA, 2024a). 셋째, 노지 정밀농업으로의 외연 확장이다. 최근에는 시설 농업의 성공 모델을 논농사와 밭농사로 확장하려는 시도가 활발하다. ‘노지 스마트 농업 시범단지’ 조성 사업 등을 통해 자율주행 트랙터, 드론을 활용한 정밀 방제, 다분광 센서를 이용한 작황 분석 기술이 현장에 적용되고 있다 (Lee et al., 2020). 특히 우리나라는 좁은 경작 면적과 복잡한 지형 특성상, 대형 기계 중심의 미국식 모델보다는 드론과 소형 로봇을 활용한 고정밀 모니터링 및 방제 기술에 강점을 보이고 있다 (NITIPA, 2018). 넷째, 국내 정밀농업의 당면 과제와 양봉의 접점이다. 현재 국내 정밀농업은 개별 농가의 생산성 향상을 넘어, 수집된 농업 빅데이터를 통합 관리하는 ‘클라우드 기반 플랫폼’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정밀농업의 데이터 범위가 작물과 토양을 넘어 화분매개 곤충의 활동 데이터까지 확장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작물의 결실률 예측 및 정밀 방제 시기 결정에 있어 필수적인 요소이며, 본 연구에서 다루고자 하는 디지털 양봉 체계와의 융합이 필요한 지점이기도 하다.
스마트 농업은 ICT, 빅데이터, 인공지능, 로보틱스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을 농업 전반에 융합하여, 농작물과 가축의 생육 환경을 지능적으로 관리하고 생산 프로세스를 최적화하는 차세대 농업 체계를 의미한다 (Wolfert et al., 2017).
정밀농업이 GPS와 센서를 활용한 정밀한 측정과 투입에 집중했다면, 스마트 농업은 수집된 데이터를 클라우드에서 분석하여 최적의 의사결정을 내리고, 이를 다시 농작업 기계에 피드백하는 자율적 데이터 선순환 체계를 지향한다. 즉, 농업인의 경험적 판단을 데이터 기반의 과학적 예측으로 전환하여 생산성, 품질, 지속 가능성을 동시에 극대화하는 것이 그 본질이라 할 수 있다 (Klerkx et al., 2019).
국외 스마트 농업은 거대 자본과 광활한 경지 면적을 바탕으로 ‘농업 4.0 (Agriculture 4.0)’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미국 - 대규모 자율형 노지 농업: 북미 지역은 위성 원격 탐사와 무인 자율주행 농기계를 결합한 ‘무인 농경 시대’에 진입했다. John Deere 등 글로벌 농기계 기업은 개별 기계 판매를 넘어, 전 세계 농가 데이터를 실시간 분석해 처방을 내리는 플랫폼 비즈니스를 주도하고 있다. 유럽 - 환경 최적화 및 탄소 중립: 네덜란드를 필두로 한 유럽은 유리온실 내 복합환경제어 기술을 극대화하여 단위 면적당 생산성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최근에는 ‘Farm to Fork’ 전략에 따라 질소 투입량 제한 등 환경 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디지털 추적성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Balafoutis et al., 2017). 전 세계적으로는 이종 장비 간 데이터 호환을 위한 표준 프로토콜 (ISOBUS) 구축이 마무리 단계이며, 농업용 로봇이 파종부터 수확까지 전 과정을 수행하는 자율농장 실증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국내 스마트 농업은 농촌진흥청은 스마트 농업을 기존의 농업에 ‘정보통신기술을 접목해 농축산물과 식품 생산은 물론 유통, 판매, 소비에 이르는 농업 전 과정에 대한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는 기술’이라고 정의하였으며, 노동력 부족과 기후 위기라는 현안 해결을 위해 정부 주도의 스마트팜 확산 전략을 중심으로 전개되었다 (RDA, 2022).
단계적 기술 고도화로 1세대 (편의성)는 스마트폰을 통한 원격 모니터링 및 개폐기 작동 등 단순 제어 단계 (보급 완료). 2세대 (생산성)는 생육 빅데이터와 AI 알고리즘을 결합하여 작물에 최적화된 환경을 스스로 유지하는 지능형 관리 단계 (현재 주력 확산 중). 3세대 (자율화)는 무인 자율주행 로봇과 에너지 최적화 시스템이 결합된 완전 자동화 단계 (실증 및 도입 시작) (MAFRA, 2024b)로 추진되고 있다. 시설원예 중심에서 탈피하여 벼, 과수 등 노지 작물로의 디지털 전환이 시도되고 있으며, 양봉으로 외연 확장 중에 있다. 한국형 모델의 특징으로 좁은 경지 면적에 적합한 ‘고정밀 소형화’ 기술과, 스마트팜 혁신밸리를 통한 ‘데이터 표준화 및 청년농 육성’이 한국형 모델의 핵심 동력이다 (RDA, 2021a).
현재 스마트 농업의 데이터 체계는 작물의 환경 (온도, 습도, 광량)과 영양 (비료, 물)에 집중되어 있다. 그러나 식물 수정을 담당하는 꿀벌의 활동 데이터 (화분매개 데이터)는 여전히 부재한다. 진정한 의미의 스마트 농업이 완성되기 위해서는 꿀벌의 활동을 데이터화하고, 이를 작물 생육 모델과 통합 분석하는 기술적 진보가 필수적이다. 이는 본 논문에서 제안하는 디지털 농업 체계로의 전환이 양봉 산업에 국한된 과제가 아닌, 농업 전체의 완결성을 위한 핵심임을 시사한다.
4. 디지털 농업의 개념과 구조
디지털 농업 (Digital Agriculture)은 농식품 생산성과 지속 가능성 향상을 목표로, 생산·유통·소비 등 가치사슬 전 과정에 걸쳐 첨단 정보통신기술과 지능형 데이터를 융합하는 차세대 농업 체계를 의미한다 (RDA, 2021a). 이는 단순한 농작업의 기계화나 자동화를 뜻하는 정밀농업, 또는 시설 제어 중심의 스마트팜을 포괄하는 광의의 개념이다. 즉, 데이터가 단순한 참고 자료를 넘어 핵심 생산 자본이 되는 농업의 디지털 전환 (DX)을 총칭한다 (Xu et al., 2024).
기술적 관점에서 디지털은 불연속적인 수치 (0과 1)로 정보를 정형화하여 처리하는 방식을 뜻하며, 이는 연속적이고 가변적인 물리량을 기반으로 하는 아날로그 방식과 명확히 대비된다 (두산백과). 아날로그 정보는 관찰자의 주관적 판단이나 환경적 요인에 의해 왜곡될 소지가 크나, 디지털 데이터는 정보를 수치화하여 분절 관리함으로써 모호성을 배제하고 분석의 정밀도를 극대화할 수 있다 (정밀도와 객관성). 경험에 의존하는 관행적 관리는 데이터 기록의 미비와 타인에게 전달이 어려우나, 디지털 데이터는 실시간 전송, 대량 저장, 그리고 AI 학습이 가능하여 개별 농가의 경험을 객관적인 지능형 자산으로 변환할 수 있다 (지식의 자산화) (Wolfert et al., 2017).
디지털 농업은 기술적으로 다음의 3단계 순환 구조를 통해 구동되며, 각 단계는 데이터의 가치를 고도화한다. 데이터 수집 계층은 IoT 센서, 다분광 드론, 위성 원격 탐사 등을 활용하여 토양, 기상, 작물 생육 및 꿀벌의 행동 정보를 디지털 신호로 변환하는 단계이다. 분석 및 지능 계층은 클라우드에 적재된 빅데이터를 머신러닝 알고리즘으로 분석하여 최적의 처방을 도출하거나 재해를 예측하는 단계이다. 이 과정에서 아날로그적 현상은 ‘예측 가능한 수치’로 재구성된다 (Klerkx et al., 2019). 실행 및 환류 계층은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지능형 제어 장치나 로봇이 정밀 작업을 수행하며, 그 결과를 다시 데이터로 피드백하여 시스템을 고도화한다.
양봉 산업에서 디지털 농업으로의 전환은 봉군 내부의 미세 진동, 온·습도 변화, 일벌의 이출입 활동과 같은 아날로그적 생태 신호를 디지털 데이터로 정량화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이렇게 정형화된 데이터는 개별 봉군의 유전적 능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지표가 된다. 이는 본 연구의 핵심인 디지털 육종 즉, 유전체 정보와 환경 빅데이터를 결합하여 기후 위기에 강건한 계통을 선발하는 지능형 육종 시스템을 구현하기 위한 필수적인 데이터 토대가 된다.
양봉 산업의 현황과 위기 요인
1. 국내 양봉 산업의 구조 및 시장 변화
국내 양봉 산업의 구조 및 시장 변화는 양봉 산업 실태 조사 (NIAS, 2021) 보고서 내용을 요약 정리하였다. 전체 시장 규모는 전·후방 산업을 모두 포함하여 약 1조 2,344억 원으로 추산된다. 이는 과거 벌꿀 생산량에 단가를 곱해 산출하던 단순 생산액 방식에서 벗어나, 생산 기반 투입재부터 가공, 유통, 소비 단계의 부가가치를 결합한 가치사슬 분석 모델을 적용한 결과이다.
시장 부문별 세부 현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양봉산물 시장은 약 8,365억 원으로 천연벌꿀뿐만 아니라 사양벌꿀을 포함한 원료꿀 시장과 화분, 프로폴리스 등 부산물 시장을 포함한다. 이는 전체 양봉 시장의 중추적인 구조이다. 투입재 및 노동력 시장은 약 2,444억 원으로 꿀벌의 먹이인 사료 (설탕, 화분), 방역을 위한 약품, 소비 및 벌통 등 소모품비와 고용 노동 비용을 포함한다. 이는 양봉 경영의 비용 측면과 전방 산업의 규모를 나타낸다. 간접산물 및 서비스 시장은 약 1,050억 원으로 시설원예 작물의 결실을 돕는 화분매개벌 임대 및 판매 시장, 그리고 종봉 판매도 포함된다. 이는 농업 생산성 기여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가공 및 수입 소재 시장 약 485억 원으로 건강기능식품 및 의약품 원료로 사용되는 양봉산물의 가공 가치와 일부 수입 소재 시장을 의미한다.
2021년 직접산물 총 생산액 7,208억 원 중 산물별 점유율을 분석하면, 우리나라 양봉 산업의 독특한 특징과 구조적 한계가 드러난다. 벌꿀 생산의 독점적 비중은 6,257억 원으로 86.8%를 차지하며, 수익의 대부분이 벌꿀에 집중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이상기상 또는 기후 위기로 인한 벌꿀 생산량 감소 시 농가 소득이 즉각적으로 감소하는 취약성을 내포한다. 부산물 시장은 프로폴리스 359억 원, 5.0%, 화분 56억 원, 0.8%, 봉독 0.4%, 로열젤리 0.4% 비중을 차지하며 벌꿀 외 생산 잠재력이 매우 낮은 수준이다. 이러한 편중된 구조는 양봉 산업 위기 발생 시 산업의 회복탄력성이 떨어진다. 따라서 디지털 육종 전략을 통해 부산물 생산성이 높거나 특정 고부가 소재 생산에 특화된 꿀벌 우수 계통을 육성하여 수익원을 다변화를 통한 체질 개선이 필수적이다.
생산 및 소비 패러다임의 변화를 살펴보면, 생산량의 변동성 심화와 천연꿀 생산량은 기후변화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2014년 약 2.4만 톤에 달했던 생산량은 2021년 약 0.9만 톤 수준으로 60% 이상 급감했다. 특히 아까시나무의 개화 시기가 남부와 중부 지역에서 동시에 일어나며, 개화기 저온·강우 등 이상기온은 채밀 기간을 단축시켜 채밀량의 연차별 편차를 극대화하고 있다.
원료꿀 시장의 전략적 확대 및 천연꿀의 공급 불안정 속에서도 기업형 수요인 ‘원료꿀 (사양꿀 포함)’ 시장은 지속해서 성장하고 있다. 제과, 제빵, 음료 및 건강기능식품의 감미료 및 기능성 소재로 활용되는 원료꿀 소비는 2014년 대비 2018년 기준 34.1% 증가하였다. 이는 고가의 천연꿀과는 별개로 산업용 원료로서의 양봉산물 시장이 견고하게 형성되어 있음을 의미하며, 대량 생산에 적합한 강건성 위주의 품종 개발의 필요성을 뒷받침한다.
국내 벌꿀 유통의 약 80%가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직거래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은 매우 독특한 현상이다. 긍정적 측면은 복잡한 유통 단계를 생략함으로써 농가의 수취 가격을 높게 유지하고 충성도 높은 고객층을 확보할 수 있다. 부정적 측면은 데이터 중심의 유통량 파악이 어렵고, 품질 등급제나 표준화된 규격 유통의 정착을 지연시킨다. 향후 디지털 농업 체계에서는 이러한 오프라인 중심의 유통망을 블록체인 기반의 이력제나 데이터 기반 유통 플랫폼으로 전환하여 시장의 투명성과 소비자 신뢰도를 제고해야 한다.
2. 양봉 농가수 및 봉군수 변화
본 내용은 농림축산식품통계연보 및 기타가축통계 보고서를 요약 정리하였다. 양적 성장기와 양봉꿀벌이 안착한 시기이다. 전통적인 재래꿀벌 사육에서 생산성이 높은 양봉꿀벌로 전환이 가속화되었다. 농가 수는 4만 가구 수준에서 정체되었으나, 사육 봉군수는 약 3.3배 급증하였다. 이는 양봉이 단순한 부업에서 수익성을 추구하는 전업으로 산업 구조 변화가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2000~2010년은 농가 구조의 대전환과 위기로 200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농가수가 약 50% 급감하는 엄청난 변화가 나타난다. 원인으로는 2008년부터 발생한 토종벌 낭충봉아부패병 (Sac Brood Vrius; SBV)으로 인해 영세한 토종 농가들이 대거 폐업하였다. 살아남은 전업 농가들이 사육 규모를 대형화하면서 가구당 사육 두수는 76군으로 급격히 늘어났다. 2010~2020년에는 봉군수 증가로 생태적 포화가 일어난다. 농가수는 귀농·귀촌 인구의 유입과 양봉법 제정 기대감으로 소폭 반등하였으나, 봉군수는 268만 군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다. 우리나라는 단위 면적 (km2)당 사육 밀도가 세계 1위 수준에 도달하였으며, 이는 밀원식물 부족과 꿀벌 간의 먹이 경쟁이라는 새로운 생태적 위기를 초래하였다. 2020~2024년은 이상기상과 산업의 조정기로 최근 3~4년간은 ‘월동 꿀벌 폐사 현상’이 정례화되면서 봉군수가 완만하게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한 아까시나무의 개화 시기 단축과 병해충 (꿀벌응애)의 약제 저항성 증가로 인해 영농 규모를 늘리는 방식이 한계에 직면했음을 보여준다.
3. 국내 양봉 사양 관리 기술 변화
국내 양봉 현장에서는 스마트팜 개념이 본격적으로 도입 되기 이전부터 노동력 절감과 사양 효율화를 위한 기계적 장치들이 개발 및 보급되어 왔다. 대표적으로 당액 공급을 위해 자동 펌프와 수위 조절 센서를 결합한 자동 사양 시스템은 수동 급이에 따른 극심한 노동 부하를 획기적으로 경감시켰다. 또한, 기온 변동성이 큰 국내 기후 특성에 대응하기 위해 초봄 산란 촉진 및 월동 중 폐사율 감소를 목적으로 한 전기 가온 장치가 널리 보급되었으며, 이동 양봉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운반용 채밀 시스템 (채밀카)는 한국 양봉 특유의 환경에 최적화된 기계적 진화를 보여준다. 이러한 장치들은 현재 대다수 전업농가의 표준 사양 장비로 정착되었으며, 향후 전개될 디지털 정밀 양봉의 하드웨어적 기반이 되었다.
최근의 양봉 기술은 단순 기계화를 넘어 ICT를 융합한 지능형 모니터링 체계로 급격히 전환되고 있다. 현재 시장에 출시된 상업용 스마트 양봉 제품들은 온·습도, CO2 농도, 봉군 중량 센서를 기본으로 하며, 비전 AI 카메라와 연동된 지능형 제어기를 통해 정부 보조사업의 형태로 농가에 확산되고 있다. 학술적 측면에서도 공학적 접근을 통한 스마트 양봉 연구가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환경 및 상태 모니터링: 클라우드 기반의 실시간 봉군 내부 온·습도 모니터링 시스템 구현 (Kim and Jung, 2015)과 봉군 적용형 정밀 온도 데이터 로거 (Data Logger) 연구 (Kim and Hong, 2015)는 봉군 상태의 비파괴적 진단을 가능케 하였다. 병해충 및 적대 생물 방어: 장수말벌 공격에 대한 조기 경보 시스템 (Kim et al., 2017) 및 말벌과 꿀벌의 비행 주파수 특성 분석을 통한 침입 탐지 연구 (Kim et al., 2019b), 딥러닝 기반의 말벌 영상 인식 평가 (Lee et al., 2019) 등은 인공지능을 활용한 봉군 보호 기술의 가능성을 제시하였다. 지능형 행동 분석: ICT 기반 이중 적외선 센서를 이용한 개체 이출입 모니터링 (Son et al., 2019)과 인공신경망을 활용한 봉군 관리 모델 (Kwon et al., 2019a), 데이터 퓨전 기술을 이용한 분봉 예측 알고리즘 (Kwon et al., 2019b)은 양봉가의 경험적 판단을 정량적 데이터 분석으로 대체하는 선구적 연구로 평가받는다. 정부 차원에서도 농림축산식품부를 중심으로 ‘IoT 모니터링 기반 스마트 양봉 구현’ 및 ‘스마트 기술 적용 자동 사양 기술 개발’ 등의 연구 과제 (MAFRA, 2019)를 통해 기술 고도화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기술적 진보와 더불어 양봉 산업의 체계적 육성을 위한 법적 토대가 마련되었다. 2019년 8월 28일 제정되어 2020년부터 시행된 양봉 산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양봉 산업법)은 양봉 산업의 공익적 가치와 잠재력을 국가 차원에서 공식화한 중요한 변곡점이다 (NLIC, 2020). 본 법령에 따라 서양종 꿀벌 30봉군 이상, 토종벌 10봉군 이상의 농가는 의무 등록 대상이 되었으며, 이는 국가 차원의 정밀 통계 구축과 방역 체계 현대화를 위한 기초 자료가 된다. 특히 법령 내에 연구 및 기술 개발을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적극 수행하도록 명시한 점은, 스마트 양봉 및 디지털 육종 기술의 현장 적용을 위한 강력한 정책적 동력을 제공한다. 이러한 법적 인프라는 향후 디지털 농업 체계 내에서 꿀벌의 화분매개 데이터를 국가 자산화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거버넌스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
4. 양봉 산업 현안 문제
국내 양봉 산업은 지난 20여 년간 생물학적 병해충, 환경 변화, 시장 개방이라는 다중 복합 위기에 직면하며 산업의 존립 기반을 위협받아 왔다. 각 위기 사례의 구체적 내용과 파급 효과는 다음과 같다.
2000년대 초반, 국내 최대 밀원인 아까시나무에서 잎이 누렇게 변하며 고사하는 황화현상이 전국적으로 확산되었다. 초기에는 환경 오염이나 기후변화가 원인으로 지목되었으나, 이후 아까시잎혹파리 (Dasineura robiniae) 등의 해충 피해와 수령 고령화에 따른 수세 약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되었다 (NIFS, 2006). 산업적 타격은 벌꿀 생산량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아까시꿀 수확량이 급감하면서 양봉 농가의 경영 불안정으로 이어졌으며, 이는 특정 밀원에 편중된 국내 양봉 구조의 취약성을 여실히 드러낸 첫 번째 신호탄이 되었다 (Lee et al., 2009).
2008년 이후 발생한 낭충봉아부패병은 국내 재래꿀벌 (Apis cerana) 산업을 궤멸적 수준으로 몰아넣었다. 바이러스성 질병인 낭충봉아부패병은 유충을 물포켓 상태로 부패시켜 봉군의 증식을 완전히 차단한다. 특히 2010년에는 전국 토종벌의 약 90% 이상이 폐사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였다 (Choi et al., 2020). 이 사건을 계기로 질병 저항성 계통 선발을 위한 육종 연구의 중요성이 부각되었으며, 국립농업과학원을 중심으로 저항성 품종인 ‘한라벌’이 보급되는 등 체계적 육종 시스템 구축의 계기가 되었다.
2021년부터 발생한 월동기 꿀벌 대량 폐사는 현재 진행형인 가장 심각한 위기 요인이다. 꿀벌응애의 약제 내성 증가, 월동 전 꿀벌의 면역력 저하, 그리고 겨울철 이상 고온으로 인한 꿀벌의 비정상적 외부 활동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Son et al., 2024). 이 과정에서 봉군 내부 온도나 습도, 응애 밀도에 대한 실시간 데이터 부재가 조기 대응의 실패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제기되며, 스마트 양봉으로의 전환을 촉구하는 배경이 되었다.
기후변화는 꿀벌의 생태 리듬과 밀원의 개화 주기를 어긋나게 하는 dicoupling 생태적 불일치 (Phenological mismatch)를 초래하고 있다. 채밀기 (5월)의 잦은 강우와 저온 현상, 또는 남북부 개화 시기 동시 발생은 채밀 가능 일수를 축소시켜 생산량의 연차 편차를 심화시킨다 (Lee et al., 2022). 대기 중 CO2 농도 상승에 따른 꽃꿀 분비량 감소와 당도 변화는 꿀벌의 활동 및 채집 효율을 저하하는 장기적 위협 요인이 된다.
FTA 체결 확대에 따른 베트남 등 외산 벌꿀의 유입은 국내산 벌꿀의 시장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경제적 위기이다. 생산비가 낮은 수입꿀의 점유율 확대는 국내 농가 소득 감소로 이어지며, 이는 양봉업 기피 현상과 산업 위축을 가속화한다. 수입산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품질 등급제’ 정착과 더불어, 디지털 이력 관리를 통한 소비자 신뢰 확보가 필수적이다.
디지털 농업 체계에서의 양봉의 역할
디지털 농업 체계에서 꿀벌은 단순한 양봉산물 생산자를 넘어, 농업 생산 시스템의 완결성을 보장하는 ‘지능형 화분매개 서비스 제공자’로 재정의할 수 있다. 현화식물의 약 75% 이상이 동물의 화분매개에 의존하며, 국내 사과, 배, 딸기 등 주요 과수 및 채소 작물의 결실률 확보에 결정적 기여를 한다 (Ollerton et al., 2011). 디지털 농업은 이러한 화분매개의 기여도를 정량화하여 농작물의 수확량 예측 모델에 정밀하게 편입시키는 역할을 수행한다.
현재 스마트 양봉은 개별 농가의 노동력 절감을 위한 1세대 자동화 (자동 사양, 전기 가온)를 지나, 데이터 기반의 2세대 정밀 관리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봉군 내 온·습도 센서, 이산화탄소 농도 측정기, 중량 감지기를 통해 봉군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파악하며, 이상 징후 발생 시 관리자에게 즉각적인 경보를 전달하는 체계가 실증되고 있다 (MAFRA, 2019).
양봉 데이터 구축 및 모니터링은 IoT과 텔레매틱스 기술의 결합은 이동 양봉의 경로 최적화와 밀원 정보의 실시간 공유를 가능케 한다. 특히 영상 인식 AI를 활용한 꿀벌의 이출입 활동 모니터링은 봉군의 활력도를 객관적 수치로 변환하며, 이는 질병 발생이나 외부 환경 변화에 따른 봉군 위축을 조기에 감지하는 핵심 지표로 활용된다 (Son et al., 2019).
디지털 육종으로의 전환과 꿀벌 연구 전략
1. 꿀벌 유전체 및 형질 기반 데이터 구축
디지털 육종의 출발점은 방대한 유전체 정보와 실제 발현되는 표현 형질 데이터의 정밀한 통합이다.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을 통해 국내 유전자원의 SNP 마커를 발굴하고, 이를 스마트 하이브에서 수집된 디지털 표현형 데이터와 결합하여 고도의 정밀도를 가진 참조 집단 (Reference Population)을 구축해야 한다 (Xu et al., 2024).
2. AI 기반 표현형 예측 및 선발 기술
수집된 빅데이터를 머신러닝 알고리즘에 학습시켜, 유충기나 초기 단계에서도 성비, 채밀력, 질병 저항성을 예측할 수 있는 게놈 선택 모델을 적용한다. 이는 기존 육안 선발이 가진 주관성과 시간적 한계를 극복하고, 육종 세대 간격을 획기적으로 단축시킨다.
3. 질병 저항성 및 기후 적응성 형질 연구
꿀벌응애와 낭충봉아부패병에 강한 저항성 형질을 디지털 센서로 추적하여 선발한다. 또한, 이상기온 환경에서도 육아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거나 저온 비행 활동성이 우수한 ‘기후 적응성’ 형질을 발굴하여 변화하는 환경에 최적화된 계통을 확립한다 (Choi et al., 2020).
4. 지역 특화형 디지털 육종 적용 가능성
국내 지형적 특성과 지역별 우점 밀원 분포에 맞춰 특화된 디지털 육종 기지를 운영한다. 이는 특정 지역 기후에 가장 효율적으로 반응하는 ‘맞춤형 종봉’ 보급을 가능케 하며, 국가 단위 유전자원의 보존과 산업화를 동시에 달성하는 전략이 된다.
고 찰
정부는 단순한 장비 보급을 넘어, 농가에서 생성되는 데이터를 공공 자산화할 수 있는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 데이터 제공 농가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과 스마트 양봉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 지원이 병행되어야 한다. 국가 주도의 꿀벌 디지털 육종 통합 플랫폼을 구축하여 연구기관, 대학, 민간 육종가가 유전체 정보와 표현형 데이터를 공유하고 협업할 수 있는 개방형 혁신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IT 기업의 데이터 분석 기술, 대학의 분자유전학 연구, 농촌진흥청의 육종 기술이 결합된 산학연 클러스터를 강화한다. 특히 현장 실증을 위한 스마트 양봉 혁신 밸리 조성이 필요하다. 인공지능 기반의 화분매개 효율 극대화 모델 개발, 꿀벌 바이러스 및 살충제 복합 독성 실시간 진단 센서 연구, 그리고 블록체인 기반의 양봉산물 이력 관리 시스템 구축이 핵심 과제로 추진되어야 한다.
본 연구는 산업 중심 농업의 생태적 한계를 극복하고 지속 가능한 미래 농업을 실현하기 위한 핵심 전략으로 ‘디지털 농업 체계로의 양봉 산업 전환’을 제시하였다. 꿀벌은 단순한 가축을 넘어 디지털 농업 시스템의 화분매개와 생태계 서비스를 완성하는 중추적 존재이다.
따라서 기존의 경험 중심 육종에서 벗어나서, 유전체 정보와 실시간 행동 빅데이터가 결합된 디지털 육종 체계로의 전환은 산업 생존을 위한 필수 과제이다. 이를 통해 기후 위기와 병해충의 위협 속에서도 강건한 꿀벌 자원을 확보하고, 양봉 산업이 고부가가치 데이터 산업이자 지속 가능한 생태 농업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Acknowledgments
본 연구는 농촌진흥청 연구과제 RS-2025-022147822의 연구비 지원 사업에 의해 수행되어 이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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