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종 지네발란(Sarcanthus scolopendrifolius Makino)의 수분작용에 기여하는 가위벌 및 수분 기작 연구
Abstract
We observed a population of an endangered orchid species, Sarcanthus scolopendrifolius on Mt. Yudalsan, Mokpo to investigate the pollinator species and pollination mechanism. We found one bee species, Megachile yasumatsui Hirashima that solely visited the flowers of the orchid species in the study site. Bees visited flowers from 7 a.m. to noon and the peak time of the visit was from 9 to 11 a.m. when the daily temperature was 27~30°C Exclosure experiment showed that M. yasumatsui pollinates the flowers of S. scolopendrifolius. Pollination behavior of M. yasumatsui bee to S. scolopendrifolius started by grasping the labella by his legs and putting the head into the flower. During this behavior, the pollinia that attached at the front of the bee entered into stigma and pollination occurred. Although we identified a bee species that visit the orchid species on Mt. Yudalsan population, we need more work for the diversity of pollinators from other orchid populations to better understand the pollination process of an endangerd orchid species in Korea.
Keywords:
Pollination, Sarcanthus scolopendrifolius, Megachile yasumatsui서 론
지네발란속(Sarcanthus, Orchidaceae)은 열대 아시아와 오스트레일리아를 중심으로 약 100종이 보고되어 있으며 우리나라에는 지네발란(Sarcanthus scolopendrifolius Makino) 1종만이 분포하고 있다. 지네발란은 한국과 일본의 난온대 지방에만 서식하는 동북아 고유종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전라남도와 제주도에 국한되어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지네발란은 작은 집단으로 남아 있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자생지 감소와 자생지 내의 개체 수가 급감하고 있다. 그 결과 지네발란은 환경부지정 멸종위기야생생물 II급, 국가적색식물 위기종(EN)으로 보호받고 있다(국립생물자원관, 2012).
생물 종을 보전하기 위해서는 생활사에 관한 정보가 기본적으로 필요한데 그 중 종의 번식에 관한 정보는 가장 필수적 요소이다. 지네발란의 꽃은 7월과 8월에 피며 크기는 6~8mm에 불과하고 단축분지하는 줄기가 부정근을 내면서 바위나 나무 표면에 착생하는데, 육질의 원주상 잎을 2열 호생하며 뻗어나가는 모습이 지네를 연상하게 한다. 수분(pollination) 작용에 곤충을 필요로 하는 식물은 개체의 생존과는 무관할 수 있는 화려한 꽃잎, 향기와 꿀에 에너지를 투자한다(Proctor et al., 2003). 지네발란의 꽃은 벌류가 선호하는 노란색, 붉은색, 흰색의 화려한 색과 향기를 만들지만, 방문 곤충에게 보상요인으로 먹이가 되는 꿀은 없다. 꿀은 곤충이 식물을 방문하는 중요한 요인이나, 지네발란은 꿀이 없는 꽃으로 수분하고 결실하는 것이다. 식물과 곤충의 상호작용은 식물의 특별한 구조나 모양, 화학물질의 발달로 수분매개에 관여하는 곤충과 특별한 공진화를 이끌었다고 알려져 있다(Gilbert and Raven, 1975). 그러나 Waser et al. (1996)는 식물이 지닌 다양한 형태, 색, 생식구조는 전문화된 곤충을 필요로 하는 듯 여겨지지만 여러 종의 곤충이 이 식물을 이용하거나 곤충 역시 한 두 종의 식물에만 전적으로 매달리지는 않는다고 주장하였다. 따라서 이 연구는 꿀이 없는 지네발란을 찾아오는 곤충 종과 곤충의 지네발란 수분기작을 규명하여 멸종위기에 처한 지네발란의 종 보전을 위한 기초자료를 얻고자 한다.
재료 및 방법
이 연구는 전남 목포시 유달산에서 자라는 지네발란 집단을 대상으로 이루어졌다. 연구는 지네발란 꽃구조, 꽃에 방문하는 곤충의 종과 개체수 그리고 방문곤충에 의한 수분과정을 관찰하고 결실 결과를 알아보기 위한 곤충배제(exclosure)실험을 수행하였다.
유달산에 서식하는 지네발란 집단의 크기는 가로110cm, 세로80cm로 바위에 착생하여 자라고 있었다. 꽃의 크기를 알아보기 위하여 관찰집단으로부터 10개의 꽃을 채집하여 장축(좌우꽃잎까지의 가로의 거리)과 단축(위쪽 꽃받침부터 입술꽃잎까지의 세로의 거리)을 측정하였다.
수분 매개 곤충 종 및 방문빈도를 관찰하기 위하여 유달산의 지네발란 집단을 대상으로 개화기인 2016년 7월 21, 27일과 2017년 7월 23, 24일 4일 동안 관찰하였다. 주간과 야간에 꽃을 방문하는 곤충을 알아보기 위하여 아침 7시부터 오후 7시까지의 주간관찰과 오후 8시부터 12시까지의 야간관찰을 실시하였다. 지네발란 각각의 꽃에 곤충이 방문하는 횟수를 기록하여 1일당 총 방문회수로 기록하였다. 방문한 곤충의 정확한 종 동정과 화분 부착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꽃에 모여든 모든 종류의 곤충을 포충망을 이용해 채집하였다. 채집한 곤충의 종 동정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았다.
곤충에 의한 수분매개 여부를 알아보기 위하여 가로 70cm, 세로 40cm의 바위에 착생하여 자라는 지네발란 30개체에 나일론으로 제작한 곤충차단봉투를 설치하였다. 개화기 전부터 결실기 후인 2017년 7월 13일부터 8월 13일까지 차단봉투를 씌어놓고 방문 곤충의 유입을 차단한 후 지네발란의 결실 여부를 확인하였다.
결과 및 고찰
꽃의 구조와 수분
지네발란의 꽃은 좌우상칭화로 3장의 꽃받침(sepal)과 꽃받침 사이에 배열된 3장의 꽃잎(2장의 측화판과 1장의 순판)으로 구성되어 있다(Fig. 1A). 꽃잎의 길이는 2.8~3.5mm 너비는 1.8~2mm이다. 장축의 평균 길이는 7.7mm, 단축의 평균 길이는 6.7mm이다. 순판(labella)은 꽃의 중앙 하부에 위치하며 끝이 3개의 열편으로 나뉘고 밑은 뭉툭한 주머니 모양의 거(spur)를 형성한다. 양쪽의 측열편은 직각으로 곧추서며 끝이 노랑색이고, 중열편은 짧은 삼각상으로 혀처럼 드리워지며 기부에 작은 돌기가 있어서 거의 입구를 보호한다. 거는 길이 1mm 미만으로 꿀은 없다. 위쪽 꽃받침과 2장의 측화판으로 보호된 공간에 암술대와 수술대가 하나로 합쳐진 예주(column)가 있고, 예주에는 화분괴(pollinia)를 보호하는 수술덮개(anther cap)가 있다. 수술대에는 2개의 화분괴가 있고 주두(stigma)는 함몰되어 있으며 표면은 끈적인다. 수술덮개는 화분괴를 덮고 있다가 만개 후 건조해지면 떨어지게 되어 화분괴가 노출된다(Fig. 1B). 노출된 화분괴가 주두로 전달되면 주두는 점차 닫히게 되고 수분은 종료된다(Fig. 1C).
수분매개자와 수분행동
꽃을 방문하는 곤충을 관찰한 결과 야간에는 방문자가 없었다. 주간에 방문하는 곤충은 흰장미가위벌(Megachile yasumatsui Hirashima)이 유일하였다. 흰장미가위벌은 경기, 경북, 전남 등 우리나라 전역에서 4월부터 10월까지 관찰된다(이, 1999). 유달산 지네발란 집단의 수분작용에 주 역할을 담당하는 곤충이 흰장미가위벌이 유일한가에 대해서는 더 많은 관찰이 필요하다. Waser et al. (1996)은 꽃을 방문하는 곤충의 수는 소수의 몇몇 종에 국한하기 보다는 다수의 종이 방문하거나 수분매개를 하는 곤충은 식물 한 종 이상을 방문하는 보편성(generalization)이 전문성(specialization)보다 더 많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지네발란과 같은 착생란의 경우 특별한 수분매개자에게만 의지하는 경우 수분매개자가 몇 년 동안 나타나지 않는다면 개체군을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지네발란이 서식하는 곳에서의 수분 매개 곤충 다양성은 흰장미가위벌을 포함하여 다양할 것으로 추측된다. 한편 꽃의 구조와 크기는 수분매개자가 벌일 경우 체장의 길이, 나비나 나방의 경우 혀의 길이 등과 밀접한 연관성을 갖는다(Waser and Ollerton, 2005). 지네발란의 예주의 길이가 6mm 미만이고 흰장미가위벌의 체장이 약 10mm인 것을 보면 지네발란 꽃의 크기와 수분매개자인 흰장미가위벌 체장의 연관가능성을 추정할 수 있다. 흰장미가위벌과 지네발란의 분포가 한국, 일본으로 동일한 분포역을 갖는 것을 보면 지네발란 수분 과정에 흰장미가위벌 역할이 매우 크다고 여겨지지만 유달산 개체군 이외에 다른 지네발란 개체군 연구를 통하여 흰장미가위벌이 전문적으로 수분 매개 역할을 담당하는지 아니면 다른 곤충도 수분매개자로 역할을 하는지에 대한 규명이 필요하다.
흰장미가위벌의 지네발란 꽃 방문 횟수는 2016년 148회, 136회, 2017년 155회, 161회이었다(Table 1). 흰장미가위벌은 여러 개체가 동시에 집단을 방문하지 않고 한 두 개체가 방문하여 여러 개의 꽃에 잠깐 머무는 형태로 이루어졌다. 지네발란 꽃을 방문하는 시간은 아침 7시부터 시작하여 오전 12시까지는 지속적인 방문이 이루어졌으며 가장 빈도가 높은 시간은 9시부터 12시 사이이었다. 그러나 13시 이후로는 현저히 방문빈도가 떨어져 14시 이후로는 방문이 일어나지 않았다(Table 1). 지네발란 꽃을 방문하는 흰장미가위벌의 활동 온도를 알아보기 위하여 조사일의 시간별 평균기온 변화를 살펴본 결과 기온이 27~30°C에서 가장 활발한 활동을 보였으며 30°C이상인 경우에는 벌의 활동이 거의 나타나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Fig. 3).
흰장미가위벌의 수분행동을 관찰한 결과, 꽃에 방문할 때 벌은 정면으로 접근하여 다리로 순판을 붙들고(Fig. 2C) 머리를 꽃 속으로 넣으려는 행동을 하였다. 벌이 꽃에 머무는 시간은 3~5초 이내이었다. 이 때 머리 중앙에 화분괴가 부착된다(Fig. 2A, Fig. 2B). 채집된 흰장미가위벌 머리 이외의 어느 부분에서도 다른 식물의 화분은 관찰되지 않았다. 부착된 화분괴는 흰장미가위벌이 집단 내 다른 꽃으로 옮겨갈 때 동일한 행동을 반복함으로써 주두로 전달된 것으로 여겨진다. 야외에서 관찰한 집단에서는 결실된 지네발란 열매를 확인하였다. 그러나 곤충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수분방지봉투를 씌운 처리구에서는 지네발란의 결실 개체를 확인할 수 없었다. 따라서 지네발란은 곤충에 의해 수분이 매개되며 유일한 방문자인 흰장미가위벌이 수분매개자로 추정된다.
채집한 흰장미가위벌 10개체의 성별을 확인한 결과, 모두 웅성임을 확인하였다. 흥미로운 점은 지네발란의 수분과정에서 화분괴를 옮겨주는 역할을 하는 수분매개자가 수컷이라는 데에 있다. 국내 시설재배 농가에서는 꿀벌(Apis mellifera L.)과 서양뒤영벌(Bombus terrestris L.), 뿔가위벌류(Osmia spp.)의 암컷을 이용하여 시설 과채류와 노지과수를 화분을 매개시키고 있다(Yoon et al., 2009). 또한, 복분자딸기의 시설하우스에서 뿔가위벌 암컷을 수분매개 실험에 이용하고 있다(김 등, 2013). 그러나 지네발란에는 흰장미가위벌 수컷만 유일한 수분매개자로서 작용하면서 화분을 모으거나 꿀을 먹지도 않는다. 이것은 먹이를 찾아 방문하는 가위벌류의 암컷과 흰장미가위벌 수컷의 방문 목적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지네발란에 방문하는 흰장미가위벌 수컷의 방문목적을 구체화하기 위한 실험적 자료들이 더 확보된다면 이러한 의문점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적 요
이 연구에서는 멸종위기종인 지네발란(Sarcanthus scolopendrifolius)의 수분매개 곤충과 수분기작을 알아보기 위하여 목포유달산 집단을 조사하였다. 그 결과 흰장미가위벌(Megachile yasumatsui Hirashima)이 유일하게 꽃을 방문하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 벌의 방문은 오전 7시부터 12시까지 집중되었으며 기온이 27~30°C인 오전 9시부터 11시까지 가장 빈번하게 방문하였다. 곤충배제실험을 통하여 지네발란 결실에는 흰장미가위벌이 유일하게 작용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수분 기작은 벌이 꽃에 다가온 후 자신의 다리로 순판을 붙잡고 머리를 꽃 속에 넣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 때 가위벌 머리에 부착되었던 화분괴가 지네발란 주두로 옮겨지면서 꽃가루 이동이 이루어진다. 유달산 개체군에서는 흰장미가위벌이 유일한 수분 매개곤충으로 확인되었지만 국내 다른 지네발란 개체군에서도 수분 매개곤충을 확인하는 연구가 이루어진다면 멸종위기 종인 지네발란 수분작용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Acknowledgments
흰장미가위벌 동정에 도움을 주신 이흥식 박사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이 연구는 2017년도 정부(미래창조과학부)의 재원으로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습니다(NRF-2017R1D1A2B03028800).
인 용 문 헌
- 국립생물자원관, (2012), 멸종위기야생생물목록 적색자료집, 국립생물자원관, 인천.
- 김미애, 윤형주, 박인균, 이경용, 김윤미, (2013), 시설하우스 내 복분자딸기에서 화분매개곤충 종류에 의한 수분특성 및 효과, 한국양봉학회지, 28(5), p323-330.
- 이흥식, (1999), 한국산 가위벌과의 계통학적 연구, 서울대학교 박사학위논문, 서울대학교, p152.
- Gilbert, L. E., and P. H. Raven, (1975), Coevolution of animals and plants, University of Texas Press, Austin. Texas, USA.
- Proctor, M., P. Yeo, and A. Lack, (2003), The natural history of pollination, Timber Press, Portland, Oregon, p56.
- Waser, N. M., and J. Ollerton, (2005), Plant-pollinator interactions from specialization to generalization, The University of Chicago Press, Chicago.
- Waser, N. M., L. Chittka, M. V. Price, N. M. Williams, and J. Ollerton, (1996), Generalization in pollination systems, and why it matters, Ecology, 77, p1043-1060. [https://doi.org/10.2307/2265575]
- Yoon, H. J., S. B. Lee, I. G. Park, K. Y. Lee, M. A. Kim, and Y. C. Choi, (2009), Bumblebee rearing technology for crop pollination, NAAS, RDA, Korea, p113.